IPP 42 도쿄 — (1)

처음으로 IPP (International Puzzle Party)에 초대받았습니다!

지난 9월 26-28일에 도쿄에서 열린 IPP (International Puzzle Party) 42에 초대받았습니다! 처음으로 IPP에 참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잔뜩 기대를 품었습니다.

이번 IPP에 새롭게 초대받은 한국인은 KPP (Korean Puzzle Party) 회원인 유창현 씨, 마르코 씨, 저(한동규) 이렇게 세 명입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KPP 모임 때 방문해 주셨던 이와히로 씨가 이번 IPP에 저희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IPP의 오랜 멤버였던 안진후 씨도 참석했습니다.

IPP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저는 유창현 씨와 함께 호텔 근교를 여행했습니다. 도쿄 스카이트리, 센소지, 아키하바라를 방문했고, 퍼즐샵 토리토에서 퍼즐도 몇 개 샀습니다.

Day 1 — Founder’s Reception

첫째 날은 창립자 환영회(Founder’s Reception)로 시작했습니다.

1978년에 IPP를 창립한 제리 슬로컴 (Jerry Slocum) 씨가 새 참가자들을 환영해 주셨습니다. 한 명씩 차례로 앞에 나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악수를 했습니다. 이제는 90대 할아버지가 된 제리 슬로컴 씨와 악수를 하면서 나도 이제 이 오랜 문화의 일원이 되었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그 순간, 사람들이 저를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고는 환영 선물이라며 퍼즐을 하나씩 건네주고 갔습니다.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손이 벌써 퍼즐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뜨거운 환영식이었습니다!

환영식에서 다른 유명한 퍼즐러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베사 티모넨 (Vesa Timonen), 프레데릭 부셰 (Frederic Boucher), 닉 백스터 (Nick Baxter), 미우라 코이치 (Koichi Miura), 나가타 에디 (Edi Nagata), 우에마츠 미네유키 (Mineyuki Uyematsu, MINE) 등 인터넷에서만 접했던 퍼즐러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제가 소장하고 있는 퍼즐에 디자이너 사인도 받았습니다.

미네 (MINE) 씨에게 인사를 드렸을 때, 놀랍게도 제 이름을 알아보셨습니다. 이와히로 씨가 미네 씨에게 제 Canal 퍼즐을 보여줬는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쁜 마음에 마침 가지고 있던 Canal 퍼즐 하나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답례로 줄 퍼즐이 있다면서 가방을 뒤적이더니, 고(故) 요시가하라 노부 (Nob Yoshigahara) 씨가 사후에 미네 씨에게 남긴 Dualock 퍼즐 중 하나를 제게 건네 주셨습니다. 요시가하라 노부 씨는 그의 이름을 딴 상이 있을 정도로 퍼즐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Dualock은 그의 초창기 작품으로, 아마도 가장 영향력 있는 퍼즐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 퍼즐을 받게 되다니 너무나도 큰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계속해서 퍼즐을 만들고, 퍼즐 세계에 기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Day 2 — Puzzle Exchange, Design Competition

둘째 날은 퍼즐 교환 행사(Puzzle Exchange)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번이 첫 참가라서 교환에는 직접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먼저 퍼즐 교환 행사에서 도우미(assistant)로 활동해야만 그 다음 해부터 직접 참여가 가능하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퍼즐 교환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워 보라는 취지입니다. 다행히도 이번에 새로 온 한국인 세 명 모두 도우미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스티븐 친 (Stephen Chin) 씨의 어시스턴트를 맡았습니다. 취미로 목공을 하는 분인데, 이번 교환 행사에는 직접 만든 특별한 티피 탑(tippe top, 뒤집히는 팽이)을 가져오셨습니다. 저는 교환 퍼즐로 가득 찬 가방을 들고 스티븐 씨를 따라다니며 교환을 완료한 참가자 명단을 체크했습니다. 스티븐 씨는 여깄는 사람들 모두가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참가자들에게 농담도 하고 제게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덕분에 정말 많은 퍼즐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창 교환 퍼즐을 나눠주다가, 제가 명단을 체크하는 데 쓰던 볼펜을 가리키며 사실 그것도 자기가 만든 퍼즐 상자라고 알려줬습니다. 퍼즐을 풀면 숨은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평범하게 작동하는 볼펜이었기에 의심조차 못 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 교환 행사 참가자들은, 인디애나 대학교 릴리 도서관에 있는 “제리 슬로컴 퍼즐 컬렉션 (Jerry Slocum Puzzle Collection)”에 교환 퍼즐을 하나씩 기증해야 합니다. 퍼즐 교환 행사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퍼즐의 역사를 보존하고 이어 가려는 전통의 일부라는 점이 참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교환 행사가 끝난 뒤에는 퍼즐 디자인 경연대회(Puzzle Design Competition)의 출품작들이 있는 방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IPP 기간 내내 열려 있어서 언제든지 들어가서 작품들을 가지고 놀 수 있었습니다. 출품작 중에서는 Chained Frames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투박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아름다운 움직임의 연속으로 해결되는 퍼즐입니다. 옆에 앉았던 하나야마 직원 오니시 타케시 (Takeshi Onishi) 씨에게 강력 추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젠가 하나야마에서 캐스트 퍼즐로 발매해 주지 않을까요?

그 밖에 기억에 남은 퍼즐로는 (순서에 상관없이) Diagonal Twins, Rombox, Fudge, Tetromino Island, Toaster, Star Puzzle, ... 등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마술 공연과 함께하는 연회가 열렸고, 내년에 열릴 IPP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마술 공연 중에는 큐브를 이용한 마술이 있었는데, 큐브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유창현 씨가 자원해서 큐브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일차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